2017년 12월 2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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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간단히 말하자면, 무난하게 레이드는 바카라사이트 종료되었다. 성격이 모났다고 해서 실력까지 개판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네 명의 힐러들은 톡톡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괜히 정규 공격대 활동을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힐 센스, 힐량, 전투 감각 등 뭐 하나 나무랄 게 없었다. 사망자는커녕 별다른 위기도 없이 순탄하게 레이드를 마쳤다.
죽은 괴수 앞으로 회사에서 파견된 인원이 나타났다. 그들은 신중하게 사체 가치를 감정했다.
“18억입니다.”
“에게, 그거 밖에 안 돼요?”
정규 공격대 힐러 중 한 명이 실망했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의 동료가 다독였다.
“어쩔 수 없잖아. 막공으로 잡을 수 있는 몹은 아무래도 한정돼있으니.”
“그래도 너무 했다. 하다못해 20억짜리는 잡아야 했는데. 어쩐지 너무 쉽더라.”
회사는 시체를 수거해갔고 대금은 즉시 지불되었다. 그런데 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힐러진이 심통을 부렸다.
“근데 당신은 자기 몫 다 가져갈 건가요?”
“예?”
“솔직히 한 것도 없잖아요. 힐량도 별로고, 힐도 우리가 다 했는데 자기 몫을 다 가져갈 거예요?”
“나 같으면 미안해서 어느 정도 떼다가 공격대에 헌납하겠다.”
유지웅은 당혹스러웠다. 어이가 없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 12 그래도 천민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사냥이 끝나고 서로를 치하하던 딜러진도 입을 다물고 지켜보았다.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심지어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마저 흥미진진하게 관찰했다.
유지웅은 이를 악물었다.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거리가 된 듯한 치욕감을 느꼈다. 성질 같아서는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싸대기라도 갈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힐러 세계에서 자신은 아무 영향력이 없는 초짜다. 튼튼한 인맥을 다진 저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힐러들의 눈총을 사면 레이드에 끼기 힘들다. 가뜩이나 힐량이 적다는 핸디캡도 있지 않은가?
“제가 힐량이 적은 건 맞아요. 그래서 전 딜러 몫만 받고 있는데요?”
“문제는 딜러 한 명 분 역할도 못했다는 거죠. 안 그래요?”
“힐도 우리가 다 했잖아요. 힐 다 채운 뒤에 오버힐 넣은 게 그리 대수인가요?”
“제 몫의 절반이라도 떼서 드리기를 바라세요?”

2017년 8월 2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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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역시 직접 슈팅을 굉장히 경계하는지, 시야가 조금만 가릴라 치면 수비들을 치워 든든히 시야를 확보해두었다.
각도 상으로 골대를 노릴 수 있는 공간은 약 1/3 가량.
평균적인 커버 능력만 있어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유안은 세트피스를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직접 슈팅만을 생각했다.
그것이 확률적으로 더 낫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렇게 촘촘하게 방어하는데, 골이 들어가려면 키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상대의 실수도 동시에 맞아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직접 슈팅을 때리면 반대로 역습의 기회는 확연히 줄어든다. 유안 입장에선 수비가 훨씬 부담이었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목표는······.’
유안의 눈이 골대 외곽을 훑었다.
아무리 방비하고 싶어도 방비하기 힘든 위치였다. 골키퍼 역시 그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는 치우친 위치에서 자연스럽게 무릎에 손을 댄 채 맹수처럼 준비하고 있었다.
거리는 21미터.
저녁 노을이 슬그머니 지는 것과 동시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유안의 가느다란 머리를 하늘하늘 뒤흔든 바람은 더 큰 소용돌이를 끌어당기며 유니폼을 긴장시켰다.
‘지금이다.’
유안은 눈을 부릅떴다. 한 발, 한 발- 짧은 보폭을 연이어 반복하다가 크게 왼발을 내딛는 동작은 왜소한 몸이라곤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묵직한 기세가 실려 있었다.
쿵, 왼발이 박히는 것과 동시에 꼿꼿하게 선 오른발.
선수다운 동체시력을 지닌 이들은 임펙트 순간, 이것이 유안의 장기라는 ‘무회전’ 슈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 정중앙을 정확히 때리며 회전력을 완전히 줄인 첨단을 달리는 최강의 대프리킥용 슈팅이었다.
피잉- 공이 높이 떠오른 순간, 벽을 세운 선수들은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풀쩍 뛰었다. 공은 그들로부터 꽤나 높게 솟아올랐다. 평범하게 회전이 실린 공이라면 그대로 백두산을 폭발시킬 기세다!
그러나 유니폼을 흔든 바람은 그대로 공의 중심을 흔들며 카르만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공의 상단에, 공의 배후에, 공의 하단에-
흔들렸다.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러는 한편 중력이 잡아당겼다.
단 0.66초 동안의 환상적인 움직임.
사람의 인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골키퍼가 공을 보고 인식하기까지 0.13초.
인식 후 반응하기까지 0.36초.
남은 시간은 고작 0.30초.
그러나 그 사이, 공은 한 번 인지했던 장소에서 딱 공 두 개만큼 반발하여 더욱 깊이 추락했다.
저녁 기온과 습도, 바람이 동시에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카르만 원리의 현현이었다.
몸이 떠올랐을 땐 이미 늦었다. 그러나 골키퍼는 자신이 공을 잡았다고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여태까지의 경험이 그를 그렇게 착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잔인한 소리가 귀를 때렸다.
통, 통통······.
작은 여운을 남기며 그물을 한 번 감은 채 바닥에 떨어진 공.
골키퍼는 바닥에 엎어진 채 잔디를 잔뜩 쥐고는 강하게 땅을 내리쳤다. 자신에게 극도로 분노한 모습이었다. 벽을 만들었던 선수들도 황급히 돌아본 모습 그대로 굳어 있었다.
대체 누가 있어 이런 골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유안은 골을 확인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하늘 높이 주먹을 치켜 올렸다. 이는 그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공이었다. 단 하나의 조건만 어긋났어도 골대 위로 날아가거나, 잘해야 골 포스트를 맞췄을 슈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비록 십 년이 훌쩍 넘은 세월의 격차가 있다 해도, 그는 햄리츠의 영원한 스타이며, 햄리츠에서 탄생한 축구의 신이라는 것을.
이곳 햄리츠 스타디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이맘때의 기온, 이맘때의 바람, 이맘때의 공의 움직임.
모든 것은 그의 지배 하에 있었다.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권좌가 아니겠는가.
선수들은 저도 모르게 유안에게 달려들었다.
그들로서는 보고도 도저히 믿기 힘든 완벽한 골이었다.
한편 벅 역시, 감독의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와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의 푸짐한 덩치 탓에 마치 바이킹이 적장의 목을 베고 환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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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 경력을 살린 화려한 오버 액션으로 휘슬을 불게 해도 좋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한다.
따라서 오히려 유안은 상대가 밀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균형을 무너트렸다.
‘어어?’하며 움찔,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것이 유안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말했지?”
툭, 유안이 상대의 발에서 공을 빼앗았다.
“······윽!”
‘이 작은 몸이 너희를 박살낼 것이라고!’
작다는 것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었다.
수비까지 갈 것도 없이, 상대의 멍청함을 역이용한 유안의 역습.
물론 한 번 당했던 만큼 상대방의 반응은 빨랐다.
벌써 골대 입구는 봉쇄됐고, 유안의 예상 루트로 선수들이 집결됐다. 그들의 눈엔 유안 말곤 다른 이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기야!”
그 사이로 8번 페토가 뛰어들었다.
인간 핀볼의 역사가 있었던 만큼, 또 반사판으로 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었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순식간에 수비들에게 둘러싸였던 유안은 그의 달리기에 정확히 맞춘 깔끔한 패스를 선보였다.
“······젠장!”
유안에게 집결했던 수비들은 당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유안 한 명에게 정신이 팔려 공간을 허용하다니!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인가?
동네 축구에서조차 쉽게 나오지 않을 실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녀석이 주는 압력이 엄청나!’
유안, 환생한 축구의 신을 상대하는데 이만한 압력은 당연했다.
공을 건네 받은 페토는 자유로운 몸으로 트래핑하여 적진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내 따라붙는 한 명의 수비수!
‘이익······!’
유안이 장난치듯 따돌린 수비다. 그런데 페토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쉽게 따돌릴 수는 없었다.
유안처럼 무시하고 달렸다간 태클을 당할 것이요, 멈춰선다면 기껏 수비를 몰았던 유안의 멋진 플레이가 허공으로 돌아간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망설임이 페토를 굳게 했다.
“망설이지 마!”
그러나 그 순간 들려온 것은 유안의 외침이었다. 페토는 홀린 듯이 수비에게서 빗겨 달아나며 공격해 들어갔다.
물론 수비 역시 따라붙으며 날카로운 태클을 선보였다.
‘안 돼······!’
페토의 몸이 붕 떴다.
유안처럼은 할 수 없었다.
-삐이이익!
그러나 꼭 유안처럼 할 필요는 없었다.
거리 21미터, 꽤나 그럴 듯한 장소에서 프리킥 찬스가 들어왔다.
4장 - 봐라, 이 왜소한 몸을. (4)
-프리킥 찬스입니다! 좋은 위치군요.
-세트피스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네요. 멤버 대부분이 바뀌며 아무래도 가장 불안한 상황이 이런 세트피스 상황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런 만큼 상대팀인 반슬리도 직접 슈팅을 더 염두해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키커로 누가 나설지 궁금합니다만, 자료로는요, 김유안 선수의 프리킥 능력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렇지요. 유스 시절에도 프리킥으로 골을 기록한 바가 있는데, 당시 자료으로는 무회전을 기가 막히게 다루더군요. 아직 어린 친구의 겉멋만 든 그런 킥이 아니었습니다.
-기대가 되는 가운데, 역시 김유안 선수가 나서나요? 그렇군요. 반슬리, 4인이 벽을 굳게 세웁니다. 역습을 우려한 것인지 햄리츠에서는 많은 숫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아쉽네요. 이미 한 골을 넣은 상황이긴 합니다만, 역습을 두려워하여 수비에 치중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흐름은 뒤늦게 넘어간 쪽이 훨씬 위험하니까요.
-반슬리의 촘촘한 수비진영, 직접 슈팅을 때릴 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요. 여기서 김유안 선수, 어떤 선택을 할지!
상대의 수비는 촘촘했다.